쌀쌀한 저녁, 퇴근길 포장마차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과 고소한 기름 냄새. 그냥 지나치려 해도 어느새 발걸음이 멈추는 마성의 공간이죠. 주머니 속 현금을 절로 꺼내게 만드는, 오랜 세월 우리의 출출한 배와 마음을 달래준 길거리 음식의 전설들. 오늘은 그중에서도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삼대장'을 소개합니다.

1. 새빨간 유혹, 떡볶이
길거리 음식의 서열을 논할 때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메뉴. 커다란 철판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새빨간 양념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입니다. 쫀득한 쌀떡 하나를 입에 넣으면 퍼지는 달콤하면서도 칼칼한 감칠맛. 여기에 양념이 푹 배인 어묵까지 곁들이면, 온몸에 따뜻한 행복이 퍼져나가는 기분입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떡볶이 국물에 다른 음식을 찍어 먹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2. 고소함의 파티, 순대
떡볶이 옆에 순대가 없다면 어딘가 허전하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기에서 막 꺼내 숭덩숭덩 썰어주는 따끈한 순대. 쫄깃한 당면과 선지가 꽉 찬 그 고소함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취향에 따라 소금에 살짝 찍어 본연의 맛을 즐겨도 좋고, 떡볶이의 매콤한 국물에 푹 적셔 먹으면 그야말로 맛의 신세계가 열립니다. "이모, 간이랑 허파도 섞어주세요!"를 외치는 순간, 당신은 이미 길거리 음식의 고수입니다.

3. 바삭함의 정점, 튀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말이 있듯, 기름에 튀긴 음식은 언제나 옳습니다. 노릇노릇 황금빛으로 빛나는 튀김들은 그야말로 시각적인 축복이죠. 오징어, 김말이, 고구마, 야채튀김 등 무엇을 고를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한 입 베어 물 때 들리는 '바사삭' 소리는 스트레스마저 날려버리는 마법의 소리.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 바삭한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푹 담가 살짝 눅눅해졌을 때 먹는 그 맛이야말로 '배운 자'의 특권입니다.